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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즘 글을 안 쓰다 버릇하니 문장을 쓰는 실력이 많이 줄어들었다. 가장 기본적인 인칭이 왔다 갔다 하질 않나,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순서조차 정리가 되지 않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질 않나. 최근 업무를 하며 글을 길게 쓸 일이 생길 때, 예전의 나 답지 않게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 할 말이 정리가 되지 않는 등 일이 잦다 보니 얻은 깨달음이란 것도 놀랍다. 얼마나 장문의 글을 안 썼으면 이 지경이 되었을까.

 

글을 쓴다는 것은 머릿속 잡념을 비워줄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 역할을 한다. 이것을 알면서도 현실이 버겁다는 이유로 등한시해왔다. 그 결과 머릿속엔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잡념이 많아졌다. 잡념이 많다 보니 하나로 정리가 되지 않아 목표 의식도 흐릿해졌으며, 업무의 비효율성까지 함께 왔다. 지금 쓰는 이 글 역시나 비문이 많고 흐름상 맞지 않는 부분이 많으리란 것을 안다. 

 

최근 트위터에서-나는 트위터리안이다- 추천받은 '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'를 읽을까도 생각 중이다. 몇 년 전 나라면 생각도 못 했을 책이다. 글을 잘 쓴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. 학창시절엔 작문으로 상도 많이 받았었고, 대학교 땐 모 커뮤니티에 올렸던 소정의 글들이 꽤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. 나는 글을 잘 쓰니까, 타고났으니까 라는 어줍잖은 내 생각이 나를 이 지경까지 이끌어버린 것이다.

 

생각해 보면 예전에 글을 잘 썼던 이유는 잘써진 글을 많이 읽었었기 때문이었다. 독서를 꽤 많이 했었다. 유치원 때부터 꾸준했던 어머니의 독서 교육 방침에 따라 독서를 많이 했었다. 이는 곧 나의 좋은 습관이 되어 초등학교 때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책을 읽는 어린이가 됐었다. (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과거형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.)  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쭉 이어졌으나 고3때 되어 맥이 끊겨버렸다.

입시를 준비하며 독서를 찾아 하지 않아도 국어 속 소설 및 비소설을 많이 읽게 됐기 때문이다. 다른 책을 읽지 않아도 알아서 독서가 되어 이때까지도 글 쓰는 솜씨가 꽤 쓸만 했었다. 

 

고등학교 때까지 갈고닦아온 글빨은 향후 대학교에 진학해 책이라곤 전공서적밖에 제대로 보지 않으면서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. 그래도 대학교 때까진 괜찮았다. 나름 방학 땐 도서관에 자주 들려 책을 읽곤 했으니까. 문제는 4학년 마지막 학기를 거치며 시작됐다. 정말 책을 안 읽기 시작한 것이다. 인턴 준비를 한답시고, 인턴을 한답시고, 일을 다닌답시고 책을 멀리했다. 뜨문뜨문 읽는 책은 그 끝을 보지 못 하고 중간에 덮여지기 마련이었다.

 

이런 행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. 현 회사를 다니면서는 워크 앤 라이프가 잘 지켜지지 않아 더더욱 심해졌다.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래선 안 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고. 생각하기로는 독서가 부족해진 것, 그리고 장문의 글을 귀찮다는 이유로,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쓰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. 

 

씨네 21의 김혜리 기자가 트위터에 쓴 글이 있다.

"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 않다 보면 어느 새벽,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 수가 없게 됐음을 깨닫게 된다.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보면 식사도 거칠어진다. 당신의 우주는 그런 식으로 비좁아져간다."

 

문득 내 우주가 좁아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. 과연 업무도 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점이 들었고. 그렇기에 나는 나의 우주를 넓히기로 결심했다. 독서를 하고 장문의 글을 쓰며, 커리어 공부도 하기로 말이다. 

 

단지 한 걸음. 시작되었다.



출처: https://msrabu.tistory.com/entry/요즘-내-글-상태 [우주를 넓혀가는 중입니다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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